사랑하는 엄마 아빠
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 어느덧 제가 세상에 온 지도 40년이 다 되어 갑니다.
그리고 그 세월의 십 분의 일인 4년간 저는 파리에서 지내고 있는데
언제나 가슴 속에만 간직하는 두 분을 향한 사랑한다는 말씀을 편지에 담아 보내려고 지금 펜을 들었습니다.
두 분의 결혼기념일이 있는 6월, 이렇게 예쁜 장미꽃을 보면서, 이런 꽃들이 만발해 있을 아빠의 산소를 상상해 보게 되는데 마음과 달리 멀리서
가족의 소중한 날들을 그냥 먼 거리에서만 추억해야 하는 것이 가장 아쉬운 것 같습니다.
이렇게 많은 아쉬움과 고마움은 세상에 있는 어떤 단어를 써도 표현이 안 될 것 같아서,
여기 프랑스 친구들처럼 '엄마, 아빠 사랑해요.' 그런 말 잘 못 해서 대신 제 마음과 제일 닮은 것 같은 노래를 떠올립니다.
노래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는 힘을 가진건 분명하네요.
제가 10살 때 엄마 아빠 손 잡고 파리나무십자가 내한공연을 보러가서, 노래의 매력에 빠져서 30년 가까이 그 길을 걸어오게 하는 마법 같은 능력도 있구요.
4년 전 이곳에 오기 전날 밤 저는 '밥보다는 꿈이 있어야 살 수 있어요.'라는 말을 편지로 쓰면서 눈물 흘리고.
프랑스에 건너와서 많은 이들과 노래라는 따뜻한 입김에 실어나르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선물하고 선물 받고,
더 크게 채워지는 감동과 삶의 보람을 통해서 힘을 내고 잔잔한 일상을 살아갑니다.
조금 외로울 때도 있지만 더 외로운 분들에게 지구 반 바퀴 넘어서 건너온 사랑을 전달하고 함께 느끼는 사람 사는 세상.
다리를 잃었거나 가족을 잃고 슬픔을 가진 분들을 가까이서 만나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되어 참 감사합니다.
너무 갑자기 젊은 나이로 하늘나라로 가신 아빠. 그리고 언제나 우리가 곁에 있는 거보다 더 좋은 게 없는 엄마.
두 분 곁을 떠나서 지내는 이곳의 삶이 뒤돌아봤을 때 후회가 되지 않은 날이 되도록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딸, 공연예술인이 될게요.
그리고 제 가족 저만큼이나 음악을 사랑하는 언니, 동생 그리고 저희 증조 할아버지인 정사인 작곡가님, 노래 연기를 가르쳐 주신
선생님들, 친구들, 선후배님들 모두 감사드리고 건강과 희망을 나눌 수 있는 시간, 한국에서도 공연할... (중략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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